대형 박물관은 방대한 컬렉션과 넓은 공간으로 관람자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한다.
그러나 그 규모만큼이나 어떻게 보아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.
모두를 보려 하지 않아도 된다
큰 박물관을 찾았을 때 많은 관람자가 ‘놓치지 말아야 한다’는 부담을 안고 움직인다.
그러나 모든 작품을 보려는 시도는 오히려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개별 작품과의 깊은 만남을 어렵게 만든다.


대형 박물관에서는 전시실 하나, 혹은 작품 몇 점에 집중하는 선택이 오히려 더 의미 있는 관람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.
작품 앞에 충분히 머무르며 구성과 색, 시선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.
무엇을 보지 않을지 결정하는 용기야말로 작품을 제대로 만나는 데 필요한 태도일지 모른다.
작품과의 만남이 짧더라도 집중된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된다.이수현 (미술비평가 / 문화칼럼니스트)
또한 동선에 얽매이기보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무는 작품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은 박물관을 하나의 거대한 지도 대신
개인적인 여정으로 바꾸어 놓는다. 이때 관람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경험의 축적으로 전환된다.
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
큰 박물관은 방대한 양으로 관람자를 시험하는 공간처럼 보일 수 있다.
그러나 그 안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은 결국 관람자의 시선과 선택이다.

작품을 ‘얼마나 많이’ 보았는가보다 ‘어떻게’ 보았는지가 관람 이후의 감상을 결정한다.
큰 박물관은 그렇게,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된다.
